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꽤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비워 내고 덜어 내는 것, 이것이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화려하지 않은 차에 관심이 가고 아우디의 디자인을 누구보다 선호하게 된 것도 이 때부터다.

두려울 정도로 절제된 아우디 디자인 콘셉트는 세단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SUV 라인업인 Q시리즈도 그렇고 해치백, 컨버터블까지 모두가 이런 간결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시승차인 뉴 아우디 A3 스포티백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3세대 A3의 두 번째 모델로 휠베이스(+58mm, 2636mm)가 늘어나 더욱 길어진 전장이 인상적인 모델이다.

램프류의 위치와 크기, 도어의 단면을 포함한 구성품 전체의 비율은 이전과 다르지 않게 완벽하다. 딱 있어야 할 자리에 필요한 것들이 자리를 잡았고 크기도 알맞다. 헤드라이트와 라디에이터 그릴, 안개등과 주간전조등, 보닛을 끝 부분, 그리고 후면의 테일 램프와 리어 앤드는 가능한 수평을 유지하거나 그렇게 보이도록 했다.

아주 낮아 보이는 차체의 안정감, 균형감, 그러면서도 와이드 한 느낌은 여기에서 나온다. 간결한 디자인의 특성은 실내라고 다르지 않다. 2열의 머리 공간과 기본 380리터, 최대 1220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한 트렁크를 제외하면 세단과 별 차이가 없고 계기반과 센터페시아를 포함한 대시보드, 기어노브의 주변과 센터콘솔의 간결함도 그대로다.

센터페시아의 경우만 해도 공조장치와 운전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을 제외하면 민망할 정도로 비워진 곳이 많다. 대신 기어노브 주변의 패널에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핸즈프리 그리고 MMI 다이얼로 여러 기능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MMI 다이얼의 한글 인식률이 꽤 정확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 맞는 고급스러움도 빼 놓지 않았다. 항공기 제트 엔진 모양의 회전 조절식 에어 벤틸레이션으로 포인트를 줬고 특히 알칸타라 가죽 컴비네이션 스포트 시트가 주는 부드러운 감촉과 착석감이 인상적이다.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중앙부에서 튀어나온다. 이 모니터는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으로 깔끔하게 숨길 수 있다.

A3 스포트백 35 TDI 다이내믹의 동력계는 2.0 TDI 엔진과 듀얼 클러치 6단 S트로닉 변속기로 조합됐다. 여기에서 최고 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성능이 나오고 최고 213km/h의 속도와 15.8km/l (복합연비 기준)의 연료 효율성을 보여준다. 주행 감성은 폭스바겐 골프의 견고함에 정숙성이 더해진 느낌이다. 혁신적 플랫폼으로 평가 받고 있는 MQB를 공유하면서도 승차감을 더욱 정제시키고 다듬은 덕분이다.

가장 강력한 해치백으로 표현한 이유는 탄탄한 기본기로 즐길 수 있는 운전의 재미가 화려했기 때문이다. 가속은 아주 분명하고 일관성 있게 이뤄진다. 1500rpm부터 3000rpm까지 넓은 토크 밴드가 길게 제공하는 파워,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의 부드러움까지 기분이 좋다. 0→100km/h 가속성능은 8.4초로 표시됐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9초대 이하로는 내리지를 못했다.

또 맥퍼슨 스트럿 하 위시본, 알루미늄 서브프레임, 튜블러 안티 롤바(전륜), 토션빔 독립된 쇽업쇼버 스프링(후륜)으로 구성된 화려한 서스펜션 스펙은 노면의 질감을 가리지 않고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또한 효율(에코), 다이나믹. 승차감, 자동,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맞춰 변속모드와 스티어링 모드를 때로 설정할 수 있는 5가지의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으로 다양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이 차의 장점이다.

결론을 내리면 A3 스포티백은 파워트레인과 트랜스미션 그리고 섀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가장 강력한 해치백이다. 적어도 달리는 능력에서 더 바랄 것은 없어 보인다. 다만 4290만원(A3 스포트백 35 TDI 다이내믹)이라는 가격대를 감안했을 때 부족한 수납공간, 그리고 편의 사양 등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