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각 사의 자존심이 걸린 차급이어서 현대차 쏘나타, 르노삼성차 SM6, 기아차 K5, 쉐보레 말리부는 자존심을 걸고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인다. 

따라서 "홍보, 마케팅, 판촉에 사용되는 예산을 차급별 비중으로 나눠보면 중형 세단이 가장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올해 중형 세단 경쟁의 표면적 승자는 현대차 쏘나타다.

1월부터 11월까지 4개 중형 세단의 등록 누계는 총 18만 4748대. 이 가운데 쏘나타는 7만 8518대로 점유율이 40%를 넘는다. SM6가 3만 8449대로 뒤를 이었고 K5와 말리부가 각각 3만5466대, 3만 2315대를 기록했다.

쏘나타의 절대 강세가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실 면에서는 SM6가 돋보였고 말리부의 약진과 K5의 허약한 체질이 고스란히 드러난 한 해였다. SM6가 내실 면에서 돋보였다고 보는 이유는 자가용 판매 비중이 높아서다.

올해 11월까지의 누계 등록 통계에 따르면 쏘나타의 자가용 판매 비중은 47.5%에 그쳤지만 SM6는 86.7%에 달했다. 새로 등록된 쏘나타 10대 가운데 절반이 법인, 즉 택시와 렌터카 등의 사업용이고 SM6는 10대 가운데 9대가량이 자가용이라는 얘기다.

자가용이고 택시고 많이 파는 것이 좋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따져볼 이유가 있다. 택시의 경우, 가장 낮은 트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차량 가격에서 1000만 원 이상의 차이가 난다. 부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의 감면과 편의사양 상당수가 제외된다.

쏘나타의 경우 자가용 모델은 2650만 원(마이 시티 에디션/AT)부터 시작하지만 택시는 1680만 원(스타일/MT)이 최저 가격이다. 

자가용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SM6는 자가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매출이 형성됐다. 택시와 렌터카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LPG 엔진을 탑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자가용은 가솔린과 디젤 비중이 높다.

SM6의 경우 가솔린 비중이 57%, 경유는 15%대에 달하지만 쏘나타는 가솔린 41%, 디젤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중형세단 경유차의 절반 이상을 SM6가 차지한다.

쏘나타의 영업용 편중 현상은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말리부도 전체 신규 등록 차량의 90% 이상이 자가용이다. 반면, K5도 40% 이상을 택시와 같은 비자가용이 차지하고 있고 올해 신규 등록 실적에서도 말리부에 바싹 쫓기고 있다. 

말리부는 비록 중형세단 전체 등록 순위에서 최하위에 머물러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자가용 등록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어 전체 라인업 가운데 최고의 효자 모델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 볼륨보다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가용 비중을 따져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중형 세단 경쟁의 승자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