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거는 것은 자기 마음이다. 상대방이 도전을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나중 문제. 서춘관 기아차 마케팅 실장(상무)는 뉴 쏘렌토R의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 “굳이 따지자면 현대차 싼타페, 그리고 아우디 Q5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품성에 대한 자신은 충분하지만 상대 모델들이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당장 극복하기 어렵다는 의미, 그러나 도전적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 규모는 연간 8만대. 기아차는 이 가운데 3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RV 명가의 자부심에는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가장 큰 적수인 싼타페의 현재 인기를 생각하면 신차도 아닌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당장 상대방을 눕히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현대차나 아우디는 뉴 쏘렌토R이 내민 도전장에 별 코멘트를 내 놓지 않았다.

신차급 변경, 쏘렌토를 위한 플랫폼=기아차는 그러나 뉴 쏘렌토R이 사실상 신차임을 거듭 강조했다. 16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이유다. 법규로 따져봐도 플랫폼이 새로 적용되면 신차로 분류하는 것이 맞는 얘기다.

신형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에 외관과 실내의 변화도 쉽게 감지된다. 전장(4685mm)과 전폭(1885mm)은 그대로지만 10mm 낮아진 전고(1700mm) 덕분에 더 기동성있는 외양을 갖췄다. 실내의 전후 레그룸(무릎공간)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그러나 과감하게 손을 댄 전면부와 후면부의 램프류는 조화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전면부 안개등과 달리 후면부에 수직으로 적용된 반사경은 어색하고 생뚱맞다.

전면부 범퍼 중간에 설치된 에어 인테이크 홀도 중후한 전체 스타일에 어울리지 않았고 차량 하부에 돌출된 가드 패널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요즘 대세인 듀얼머플러의 부재, 엔진룸에서 노출되는 차체 이음새의 방청처리도 깔끔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 아쉬운 마무리=센터페시아는 기존 쏘렌토보다 확실하게 개선됐다. 스위치 배열도 운전자의 동선을 감안해 새로 배치됐고 부츠타입의 기어노브와 슬라이딩 커버로 개선된 컵 홀더까지 고급 SUV의 기본기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 보인다.

동승석에도 4방향의 조절이 가능한 파워시트가 적용됐고 3단계 통풍시트를 새로 추가해 탑승 편의성을 높였다. 후석에도 후석에도 2열 도어의 수동 커튼과 함께 센터콘솔 후면부에 작은 트레이를 만들어 전 좌석에서 각각 독립된 편의성을 갖도록 했다.

반면 대시보드와 차체의 단차가 너무 크고 하부 트레이까지 합쳐 4개로 분리된 센터페시아는 일관성과 일체감을 살려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움, 간결함이 주는 고급감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고의 정숙성, 무난한 동력성능=시승차인 뉴 쏘렌도R은 유로5에 대응한 R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184마력(ps), 최대토크 41.0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는 4WD(전자식)모델이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와 동일한 성능이고 연비도 12.4km/l(4WD 2.2디젤. 자동변속기)로 갖다.

같은 제원을 같고 있지만 달리는 맛에서는 많은 차이가 난다. 승차감이 지나치게 가벼운(부드러운) 싼타페와 달리 뉴 쏘렌토R은 조금 거칠다. 액셀레이터의 반응도 큰 몸짓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형SUV의 묵직한 발진 느낌이 강해 더 남성적이다.

가장 분명한 차이는 정숙성이다. 거친 반응에 비해 급가속 때의 엔진음이 고른 편이고 고속주행에서의 엔진음은 물론 풍절음도 기대 이상으로 조용하다. 풀 악셀을 하면 RPM은 4500까지 치솟는다. 그리고 레드존에서 2000RPM 이하로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연비 효율성, 그리고 고속 도달 시간이 그만큼 빠르다는 얘기다. 묵직한 승차감과 달리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은 가벼운 편이다.

기아차는 “험로나 과속방지턱 등을 통과할 때 휠의 진동 크기나 속도에 따라 댐퍼가 효과적으로 작동해 충격완충 성능을 높이고 로드 노이즈를 감소시켜주는 유압 스톱핑 댐퍼로 도로의 여건과 상관없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싼타페에 없는 후측방경고시스템=뉴 쏘렌토R에는 다양한 첨단 안전사양이 많이 적용됐다. 급제동, 급선회 등의 상황에서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MDPS)이 제동 및 조향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어해 차량의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주는 VSM, 그리고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도 적용돼있다.

뉴 쏘렌토R에 처음 적용된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주행 중 후측방 지대의 차량과 후측방에서 고속 접근하는 차량을 레이더로 감지해 시각과 청각 신호로 경보를 해주는 첨단 안전장치다. 운전 중 좌우 차로의 사각지대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유용한 안전장치다.

7인치 TFT-LCD 패널이 내장된 슈퍼비전 클러스터도 국내 SUV 최초로 적용됐다. 비쥬얼이 뛰어나고 폰트도 세련돼 시각적인 만족감도 뛰어나다. 이 밖에도 클러스터 정보 음성 알림 시스템, 인텔리전트 시스템인 유보(UVO),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 화려한 사양도 적용됐다.

한편, 기아차는 뉴 쏘렌토R의 연간 판매 목표를 내수 3만5000대, 수출 23만대(총 26만5000대)로 잡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 관계자는 “RV 명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 수입 SUV와 대등한 품질로 인정을 받는 것이 더 큰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동급 SUV 시장에서 33%대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뉴 쏘렌토R이 싼타페를 넘어 아우디Q5를 위협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