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블라벤의 심술, 그래서 한 차례 연기됐던 르노삼성차 뉴 SM3의 시승은 덕분에 전형적인 가을 초입의 더 없이 쾌적한 날씨로 보상이 된 듯하다.

더 많은 곡절을 겪고 르노삼성차가 어렵게 선을 보인 뉴 SM3는 그래서인지 기대감 못지 않게 후반기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준중형 시장에서 제 몫을 해 낼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가 않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일, 서울 프레이저 플레이스 호텔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편도 60km의 코스로 마련된 뉴 SM3 시승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살펴 본 부분은 '생존 가능성'이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쉐보레의 크루즈는 열외로 쳐도 이름만으로도 경쟁자를 주눅들게 하는 현대차 아반떼의 포스, 기아차가 내 놓을 신차 K3의 내공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균형, 간결하고 고급스럽게 봐 달라=르노삼성차는 뉴 SM3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로 소개했다. 하지만 외관에 조금만 더 손을 댔다면 우기지 않아도 신차 대우를 받기 무방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다.

대 수술을 단행한 전면부, 새 클러스터, 다양해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엔진은 물론 파워트레인까지 통째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메이크업에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전면부다. 헤드램프는 검은색 테두리로 남성적인 느낌이 강조됐고 매시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두 개의 테두리에 크롬을 가미해 화려해졌다.

일체형 범퍼, 아랫부분 살짝 치켜 올라온 가드, 안개등 주변을 블랙으로 처리하고 큼직한 에어 인테이크 홀을 적용해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신비스러움도 풍긴다.

알로이 휠의 디자인, 사이드미러 LED 방향지시등, 뒷 번호판 상단에 크롬을 적용해 기존 모델보다 세련미도 풍부해졌다.

보강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뉴 SM3는 아반떼의 파격, 곧 출시될 K3의 혁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겉 모습의 열세, 화려함보다는 차체의 균형과 간결함으로 전달되는 단정한 느낌으로 봐 달라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시원해진 클러스터와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센터페시아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가는 클러스터와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많은 공을 들였다.

블루 컬러의 클러스터는 중앙에 디지털 속도계와 아나로그 타입의 RPM 게이지가 혼합됐다. 어수선 할 수 있지만 운전 중 제공되는 속도, 냉각수 온도 등의 정보 시인성은 매우 뛰어나다.

우측에 배치된 트립컴퓨터에는 연비, 주행거리, 시스템 정보 등이 제공된다. 대시보드에 간결하게 배치된 커피색 우드그레인, 시트를 포함한 대부분이 블랙 계열로 처리돼 독립된 공간의 느낌이 강하게 한 점도 장점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가장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SK주유소에 가면 내비게이션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이뤄지고 10초 간격으로 제공되는 교통정보도 경쟁모델과는 차별화된 기능이다.

스마트 폰과의 연결성도 매우 뛰어나다. 사진, 음악, 동영상 등 스마트 폰에 저장된 자료를 7인치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다. 뉴 SM3에 적용된 '스마트 커넥트'는 SM5, SM7에도 장착될 예정이다. SK네트웍스의 T-서비스를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한 와이파이 방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는 다면 내비게이션과 기타 다른 서비스를 사용한 만큼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르노삼성차는 차분한 인테리어를 강점으로 하고 있다. 현란하기 보다는 운전자의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보수적이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큼직한 배분으로 심리적인 안정감도 뛰어나다. 후석의 레그룸도 넉넉한 편이어서 패밀리카로도 손색이없다.

경차 부럽지 않은 연비, 17.3km/l=르노삼성차의 또 다른 장점은 부드러움에 있다. 출발에서 저속, 중속, 고속으로 이어지는 승차감이 예전의 모든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그 것보다 뉴 SM3는 더 뛰어나다.

서스펜션의 무르기도 적당한 편이어서 도심 구간에서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말 그대로 과하지만 않다면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

자유로에 진입하면서 속도를 내 봤다. 무단변속기의 특성을 살려 엑셀레이터를 가볍게 압박하자 빠른 속도에 다다르는 시간이 제법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엔진회전수, 그리고 최고속도의 리밋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RPM이 6000부터 시작되는 레드존에 다다르는 일은 없었다. 달리는 맛이 삼삼하지는 않지만 그런 평범함은 준중형 모델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연비로 보상 받을 수 있다.

신연비 기준 15.0km/ℓ의 공인 연비를 갖고 있지만 이날 시승에서 기록된 뉴 SM의 최종 수치는 17.3km/ℓ. 자유로와 함께 서울 도심 구간이 상당부분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차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유로 구간에서는 한참 동안 21km/ℓ대를 유지하는 놀라운 연비 성능을 보여줬다. 공인연비만으로도 경쟁차는 물론 배기량이 더 낮은 골프 1.4 터보 DCT(14.6km/ℓ), 쉐보레 아베오 1.6AT(14.2km/ℓ), 그리고기아차 경차인 모닝 1.0AT(15.2km/ℓ)과도 비슷하다.

예전과는 다른 상품성, 생존가능성 높다=르노삼성차는 뉴 SM3의 가격을 착하게 결정했다.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모두 교체하고도 평균 50만원 정도로 인상폭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오른 것에 불만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근 나온 신차들의 가격 인상폭을 감안하면 고민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착한 가격에 연료의 효율성까지 감안하면 요즘 같이 어려운 경기, 고유가 시대에 선택의 이유는 충분하다.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르노삼성차의 뉴 SM3의 연간 판매 목표 3만6000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판매 가격은 5개 트림에 1538만~1976만원이다.